부동산과 학군의 상관관계
초품아, 학세권, 엘리트레파, 경자, 고래힐, 서리자, 아리팍,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앞의 표현들은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종종 사용되는 표현(은어 또는 축약어)입니다. 저는 처음 위 표현들을 보았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웠습니다.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축어이고,(*‘초중고품아’는 그렇다면 초등학교~고등학교가 단지 안 또는 최인접해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학세권’은 ‘학교 또는 학원가를 이용하기에 지근거리에 있다’는 뜻이며, ‘엘리트레파’는 잠실 소재 아파트 5개 단지(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펠리스, 파크리오)를 일컫는다네요.
2017년 기준, 서울의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42%입니다.(국토교통부/서울시 발표, 2018. 5. 10) 가장 대중적인 주거 유형의 한 형태가 아파트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거 유형도 아파트입니다.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았습니다.
2018년 2월 기준
·회원수 37만 (4월에는 40만을 넘었네요)
·누적접속인원 1.33억명
·2018년 1월 1개월 간 게시글 3만개(댓글 60만개)
‘학군’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니 금년 1월 한 달간 전체 게시글의 약 3%(1,100개)가 나왔습니다. 입시철이나 이사철에는 약 7%까지 육박하기도 하더군요.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입시가 아니라 부동산입니다)는 2006년 11월 개설되어 올해로 12년차이니 부동산에서의 학군 관심도를 파악하는 데 주된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지’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1. 식물이 생육하는 일정한 장소의 환경
2. 인간이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하여 선택하는 장소
위 2개의 뜻이 나오는데, 부동산과 관련하여 2번과 관련한 5개 요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연적 요인 : 지형&기후
2) 경제적 요인 : 수익성&임대료
3) 문화적 요인 : 연령&소득
4) 교통요인 : 도로 접근성&주차
5) 심리적 요인 : 소비형태&정서
‘직주근접’이란 표현 들어 보셨지요? 출퇴근 거리/시간과 관련하여 ‘직장과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에 따른 표현입니다.위의 5개 요인 가운데 출퇴근 관련은 4)번에 해당되겠네요.
‘학군 이동설’ VS ‘학군 고정설’
그렇다면 학군은 어떤 요인들에 영향을 많이 받을까요? 저는 1)자연적 요인, 3)문화적 요인, 5)심리적 요인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를테면, 경사가 심한 언덕 지형은 초등 저학년 학부모를 중심으로 기피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반듯한 평지 지형을 선호하겠지요. 등하교 안전을 고려해서요. 그리고 연령대나 소득, 그리고 정서가 비슷한 경우를 좀 더 선호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로, 1894년 설립된 종로구 소재 교동초등학교의 올해 신입생은 16명입니다. (2011년 신입생은 9명) 줄어든 신입생으로 매해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학령기 자녀를 둔 세대수 자체가 줄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적은 인원이라 더 많은 교육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교동초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실 수 있을까요?

2000년대 초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문구에 빗대어 보았습니다.
교동초 사례는 위의 표를 기준으로 보면 ‘학군 이동설’에 해당됩니다. 서울의 중심지가 ‘종로’로 대변되던 시절에는 주요 학군지역 가운데 하나였겠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지요. 80년대 강남개발과 함께 이른바 ‘명문고’들의 이전이 있었고 ‘강남8학군’이 ‘명문대 입학’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서울의 확장(강북->강남)과 이후 1기 신도시(분당, 일산) 건설을 생각해 보면 ‘학군 이동설’이 맞네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러했으니 앞으로도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 즉 향후에는 ‘학군 고정설’이 좀 더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물론 이것도 먼 미래에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울에 더 이상 대규모로 개발할 곳이 거의 없다
2. 학령기 인구 감소로 신규 학교 개설이 쉽지 않다 (특히 고등학교)
3. 수도권에서 서울 진입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여기에 그렇게도 자주 바뀌어왔던 입시에서 주요한 변화가 올 하반기에 발생할텐데요. 바로 ‘자사고, 외고 및 국제고의 선발 시기 변경’입니다.

이전에 외고/국제고 및 자사고는 전기 선발에 속해서 이들 학교에서 떨어지더라도 후기 일반고에 배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일반고와 선발 시기가 같아서 외고/국제고 및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1) 임의배정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 (통학거리 감안한) 일반고 임의배정
2) 임의배정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외/국제고 및 자사고 추가모집 지원 또는 고입재수
위 2개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후기 일반고 지원/배정도 반드시 원하는 고등학교에 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3지망까지 써 내는 학교들 가운데 한 곳에 배정될 확률이 91.7%이었으니(2018학년도 서울 기준) 꽤 높은 확률로 배정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입 선발시기의 변화로,
1) 자사고&외고 양극화(특히 광역자사고)
2)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유도
3) 일반고 배정을 고려한 학군 수요 증가
위 세 가지 정도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는 3)번의 학군 수요가 빠른 시기에 드라마틱하게 발생하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는 느리게, 그리고 점차적으로 공고해질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집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의 주요학군은 어디일까요?

<그림 2>는 통계청 지리정보서비스에서 교습학원의 밀집도를 조회한 것입니다.(2017년 기준) 학원이 있어서 학군이라기보다는 학교가 밀집해 있고, 교육서비스 수요가 있다보니 위와 같은 형태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남구의 대치동, 양천구의 목동 일대(이른바 ‘앞단지’와 ‘뒷단지’로 나뉘어져 있네요), 그리고 노원구 중계동 일대의 밀집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현 시점에서의 서울 3대 학군이 아닌가 싶은데요. 위의 밀집도를 <그림 3>의 전국 단위에서 확인해 보니 다음 그림과 같았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범 수도권, 천안, 청주, 대전, 구미, 대구, 울산, 부산, 창원, 전주, 광주의 밀집도가 눈에 띱니다. 이들 지역에서 주요 대학 합격 실적이 타 지역에 비해 높게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밀집도와 대학 합격 실적의 밀집도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두가지 관점(인구 및 학교수, 진학률) 에서 부동산과 학군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